일하기 좋은 직장인이 몇이나 될까? 저는 일하기 싫은 대다수 중에 하나 입죠.
하지만 그중에서도 제가 제약회사 QC로서 하기 싫은, 힘든 이유를 한번 적어보겠습니다.
1) 제약회사 품질관리의 일
우리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제약회사의 일원으로서 저는 지켜야 할 것이 굉장히 많습니다. 현장에서는 그 규제를 노예들을 갈아서 지키고 있습니다.
그 노예가 접니다.
제약회사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GMP라는 걸 한번쯤은 들어 보셨을 겁니다. 굉장히 광범위한 개념이지만 QC 실험실을 예로 들어보면....
[ex] 실험 중 저울로 칭량할 때
1. 저울 청소하고 멀쩡한지 점검합니다(매일).
2. 점검 후 저울을 사용하고 저울사용일지를 기록합니다(매분).
3. 저울을 사용하고 그 기록지를 챙겨줍니다.
3. 검체와 대조할 표준물질을 취했다면 그 표준물질의 취한 량(mg) 사용일지를 기록합니다.
4. 이제 칭량 하나 했습니다.
대충 이런 식입니다. 이게 점점 일을 위한 일이 늘어나고 규제를 위한 규제가 되다 보니 지키는 게 쉽진 않습니다. 저희끼리 우스갯소리로 한걸음 걸을 때마다 기록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들 합니다. 이것을 굉장히 빠르게, 그리고 많이 해야 합니다🤮
2) 유해함
이건 제약회사에만 해당되는 사항은 아니지만 실험실에서 유해물질은 내 친구입니다. 벤젠, 메탄올... 뭐 누가 뭐래도 유해한 이 친구들과 늘 함께입니다. 아무리 안전장비를 갖춘다 한들 안 하면 더 좋겠죠?
오래 살고 싶어요.
3) 잦은 야근과 잔업
제조업의 숙명일 수도 있는데 제품 출하일정에 모든 일정이 돌아갑니다. 그나마 큰 기업들은 야근수당과 잔업수당도 두둑하게 챙겨 주지만 그럼 뭐 하나요 돈 쓸 시간이 없는데... 심지어 중소기업들은 돈도 제대로 안 줍니다.
4) 반복적인 노동
대부분 같은 일을 반복해서 하게 됩니다. 같은 제품, 원료의 시험을 수십, 수백 번 하다 보면 내가 로봇이 된 거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어 크게 현타가 옵니다.
5) 규제
가끔 뉴스에서 고혈압치료제에 불순물 어쩌고, 안전성 어쩌고.... 하는 말들에 아 규제가 더 강화되겠구나 합니다. 하지만 담당 주무관마다 말이 다 다르고 정확히 알고 있지 않다 보니 제약회사 입장에서는 일하는 게 굉장히 어렵습니다. 시간이 지날수록 일은 점점 어려워만 지네요.
(아래는 식약처와 제약사 간의 소통에 대한 최근 기사입니다.)
https://www.pharmnews.com/news/articleView.html?idxno=107853
어휴 글이 아주 술술 적히네요. 2편에 이어서.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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